P.밤새 방을 왔다 갔다 했을 것이 뻔한 학연의 기척도 느끼지 못한 채 깊은 잠에 빠졌다. 아주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방안에 가득 찬 햇살이 지독하게 눈부셨다. 부산한 방 밖의 소리에 거실로 나가자 나갈 준비로 바쁜 학연의 모습이 보였다. 들뜬 모양새로 여기저기 움직이는 모습이 새삼스럽게 신선했다." 어디 가? "" 누구 좀 만나러. "" 언제 와? ""...
O." 숙제 다 해놨네, 잘했어. "흐뭇한 표정을 한 홍빈이 제 앞의 동그란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뭐야, 하지 마. 짜증스런 말투였지만 제 머리를 쓰다듬는 홍빈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홍빈이 채점이 집중하자 금세 심심해진 학연이 턱을 괴고 홍빈의 모습에 집중했다. 그러다 요즘 얼굴 보기 힘든 아저씨의 행방이 문득 궁금해졌다. 바쁜 일이 있는 것 같았지만 ...
M.홍빈과의 과외를 시작으로 학연의 하루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3번은 아침 일찍 일어나 매니저 형 대신 먹을 것을 가지고 오는 홍빈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는 시간에는 센티넬과 가이드에 대해서 조금씩 공부했다. 센티넬이 인류에 처음으로 등장하고 어떻게 진화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꽤나 흥미로웠다." 센티넬이 정확하게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L.현관 앞에 선 학연은 그저 멍할 따름이었다. 매니저 형이라고 생각하고 문을 열었으나 처음 보는 남자가 서있었다. 비켜, 무거워. 퉁명스런 목소리로 자기 소개 없이 집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한번도 본 적 없던 공부방으로 학연을 안내했다. 택운이 골랐을 것이 분명한 흰색의 가구들로 채워진 방안을 보며 학연은 얼마 전에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거절의 말을 하...
K.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버티던 택운은 참지 못하고 거실로 향했다. 눈을 뜨자마자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은 학연은 티비를 틀어둔 채로 졸고 있었다. 나름의 배려인 듯 소리도 평소보다 줄인 것 같았지만 센티넬인 택운에겐 여전히 큰 소리였다. 잠에 취해 끄덕이는 작은 머리통을 내려다보다 소파 위 리모컨에 손을 얹자 얼른 눈을 든 학연이 쳐다봤다. ...
H. 새벽부터 매니저의 호출에 사무실로 출근하자 바로 회의가 시작됐다.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향후 택운의 활동 방향이었지만 가장 오랜 시간을 빼앗긴 내용은 회사의 운영 방향이었다. 음악 말고는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택운이 매니저에게 계속 이 회의에 있어야 하냐고 물었지만 매니저는 빠져 나갈 생각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회...
G.그들이 말했던 '유명하다.'라는 단어는 학연이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이 아니었다. 가구를 고르고 계산하는 동안 점점 더 몰린 사람들 덕에 두 사람은 백화점 가드의 도움을 받아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피신해야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소파 위에 엎드려있던 학연이 몸을 일으켰다. 직접 쇼핑하는 것은 불가능 했지만 택운은 매니저에게 전화해...
F. 진작에 방문을 달아둘껄. 침대에 누워 잠든 척하며 택운은 생각했다. 그랬다면 자신의 침실에서 굳이 잠든 척하며 누워있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기척을 느낄 새도 없이 타인의 공간으로 침범한 작은 악마는 한참을 서서 택운을 내려다봤다. 아저씨 자? 아픈건 아니지? 대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학연은 끊임없이 물음을 던졌다. 학연은 말없이...
E. 이전의 삶과는 전혀 달랐다. 대부분의 시간을 무료하게 침대 위에 누워 햇빛을 받았다. 집주인은 대부분의 시간 집에 없었고 누군가가 배달해주는 가구들과 음식들을 먹으며 궁금해하거나 물어보는 일 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계속했다. 가끔 침대에서 일어나 집안을 탐험했지만 집안에 있는 물건들은 자신의 방에 있는 것들보다 가짓수가 적었다. 눈을 감았다 뜨는 ...
D. 눈을 뜨고도 한나절은 더 지나고나서야 택운은 침대 위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그제서야 직원들이 한 숨을 놓고 바닥이며 소파로 주저 앉았다. 시체와 다를바 없던 택운의 모습은 사라지고 강인한 생명력에 온 몸이 반짝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가이드가 센티넬에게 미치는 영향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 신기할 따름이었다. " ...
C. " 전화 받아? " " 이 새끼 핸드폰도 벌써 팔아먹었어, 와 진짜. " 다급하게 소리치는 매니저들의 말에도 택운은 그저 가만히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계약금과 핸드폰을 손에 쥐어준 지 딱 일주일, 소년을 처음 찾았던 구역에서 이미 소년의 무리는 사라졌고 핸드폰마저 팔아버려 위치 추적도 불가능했다. 가이드를 찾았다는 안도감에 며칠 무리...
B.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를 이유로 해외 공연은 취소되었다. 그로 인한 손실은 피할 수 없었으나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매니저는 보안실로 달려가 CCTV 확인을 요청했고 곧 정택운의 지갑에 손댄 남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에 신고할까요? 공항 보안 요원에 말에 매니저는 알아서 처리 하겠다고 대답했다. 소매치기를 잡는 것도 잡은 소매치기를 정택운의 앞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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